추억은 방울방울 5
2001년 10월 3일 수요일 Jasper -> Vancouver
재스퍼에 남고 싶은 내 소망은.. 함께 가자는 친구 한마디에 무너지고 말았다..
로키가 잠깨는 모습도 지켜보지 못하게 됐다. 친구가 원망스럽지만.. 무거운 짐을 앞뒤로 메고.. 혼자.. 벤쿠버에서 숙소 구하러 돌아다닐 친구생각을 하니.. 억지를 부리지도 못하겠다. 언제 다시 올 날이 있을까.. 이렇게 아쉬운 맘을 안고.. 발길이 떨어질 것 같지 않다.. 괜히 속상한 마음이 섞여서.. 혼자.. 밤거리를 돌아다녔다.. 두터운 재킷.. 사이사이.. 차가운 산바람이 들어오지만.. 이대로.. 얼어도.. 좋겠다..
재스퍼의 밤거리는 참 예쁘다..
자동카메라로 찍는거라 제대로 나올 리 없다는 거 알면서도.. 달빛 아래.. 올망졸망 작은 산골마을을.. 잊고 싶지 않다.. 새벽 1시 15분.. 에드먼튼에서 출발한 버스가 도착했다.. 이렇게.. 로키와는 이별이구나.. 벤쿠버에는.. 정오.. 12시 40분 경에 도착할 예정이란다.. 버스를 타는게 경제적으로 좋기는 하지만.. 지루하기는 하다.. 물론 시간마다.. 정류장에 잠시 머물기는 해도.. 속이 좁은 나는.. 재스퍼를 떠나온 게 속상해서.. 내내.. 말도 않고.. 뾰루퉁해 있었다.. 아무리.. 벤쿠버가.. 산과 바다가 함께 있는.. 아름다운 곳이라 해도.. '도시'임엔 틀림이 없으니까..

정오를 넘겨 도착한 벤쿠버 역은.. 떠나올때와 다르지 않다..
역에 널려 있는 안내지와 정보지를 보면서.. 친구는 최대한 싼 곳에서 지내자고 한다.. 밴프에서는.. 일박에.. 23달러였고.. 레이크루이즈에서는 26달러였지.. 난.. 그 정도면 무난한 거라 생각하는데.. 친구는.. 지금까지 여행 다니면서.. 그렇게 비싸게 준 적 없다고 한다..
싸구려 광고지에.. 2인실 1박에 35달러라고 씌어 있는걸 찾았다..
그럼 각자.. 17.5 달러를 내는 셈이니까.. 싸긴 무지싸다.. 하지만.. 괜찮을까..
역이 있는 곳은 Main St. 이다.. 그곳도 역근처니까.. Main St. 에 있는 셈이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벤쿠버에서.. 위험한 거리에 속하는 곳이 세 군데인데.. 한 군데는 먼 곳이라 상관없고.. 나머지 둘 중에 한곳이 Main St. 이란다.. 또 한군데는.. 제일 문제 많은.. Hastings St. 이고.. 길을 잘못들어서.. 우리는 이곳을 밤에도 걸어다녔다.. -.-;; 진짜.. 무서운 곳이다..-.-;; 낮이고 밤이고 이곳을 지나면.. 담배처럼 피우는 마약냄새가 진동을 한다.. 낮에 이곳저곳 다니면서.. 길을 몰라.. 몇번씩 지나다니면서.. 그냥 담배냄새가 심하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까.. 마약이었다.. -.-;; 오기 전날.. 물건을 사러 이리저리 헤매다 들어 갔을 때는... 경찰차가 왔다갔다.. 오토바이 족들 천지에다.. 눈이 풀린 사람들이 걸어다니는.. 곳.. 아름다운 벤쿠버의 뒷골목은.. 그랬다..
어쨌든.. 우리가 찾아간.. 곳 역시.. 만만치 않았다.. Backpakers Hostel 이라고 되어 있는 간판 역시.. 작고 낡은 모양이었는데.. 침실이라고 들어간 곳은.. 꼭 귀신 나올 것 같았다.. 가뜩이나.. 기분이 엉망이었는데.. 숙소까지 이 모양이라니.. 도저히.. 웃음도.. 말도 나오지 않는데.. 친구는..
이 가격에 이만하면 훌륭하지...
란다... 한 층에 하나밖에 없는 샤워실은.. 화장실 한쪽에 천으로 막아둔데다.. 수돗물 .. 조절도 잘 안된다.. 난 정말이지... 당장 짐싸들고 재스퍼로 가고 싶다.. 그냥 남을 걸 하는 후회때문에.. 점심도 먹는둥 마는둥 .. 다운타운을 한바퀴 도는것도.. 건성으로.. 다리를 건너 그랜빌섬까지 가는 길도.. 즐겁지가 않았다.. 다행히.. 그랜빌섬에서 찾은.. 작은 공원에서.. 햇볕을 받으며.. 바다를 보면서.. 앉아 쉬던 때라도 있었으니..
나도 참 못됐다.. 친구라고.. 유쾌할 리 없을텐데.. 어떻게든.. 여행경비를 줄여보려는 것인데.. 어차피.. 우린 숙소에서 잠만 자면 되는 건데.. 그래도.. 로키에선 잊고 있었던.. 집생각이 간절한 건 어쩔수 없다.. 벤쿠버가.. 내겐.. 결코 아름다운 도시로만 기억되지는 않을 것 같다..
다운타운으로 돌아와서.. 우리는 유명하다고 이름난.. 벤쿠버 도서관에 들어갔다..
크기도 크고.. 구조 형태가 참 특이하다.. 우리는 헤어져서 각자 보고 싶은거 보다가 폐장시간에 맞춰 로비에서 만나기로 했다.. 도서관에 우리같은 이방인도 마음대로 출입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한층한층 뭐가 있나 보다가.. 나는 2층 창가 옆 의자에 앉았다..
보고싶은 책이야.. 많지만.. 하루종일 몸과 마음이 지쳐서 그냥 쉬고 싶었으니까..
창가를 따라.. 작은 탁자와.. 의자가.. 놓여 있다..
곳곳에 책을 읽는 사람들..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내가 앉은 의자 근처 큰 탁자에.. 동양인으로 보이는 남자애와.. 서양 여자애가... 머리를 맞대고 공부를 한다.. 숙제 하나? 창밖을 보다.. 스르르 잠이 들었나 보다.. 누군가 잠을 깨운다.. 도서관 사서인가.. 왠.. 노랑머리 아줌마 둘이 웃으면서.. 집에 가서 자라고 한다.. -.-;; 공부하고 있던 두 남녀도.. 나를 보며 웃는다..
피.. 도서관에서 조금 졸았기로.. 그렇게 우습나...
생각해보니 30분은 족히 넘은 것 같다.. 그래도.. 잠깐의 잠때문에..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 역시 잠이 보약이라니까.. ^^* 도서관 옆.. 스타벅스에서 맛있는 코코아를 마시고 숙소까지 걸어왔다.. 신기하게도.. 저녁 9시면.. 서울 거리는.. 사람도 많고.. 상점 불빛이 가득한데.. 이곳은 일찍 일찍 문닫고 집에 가나보다.. 거리엔.. 고양이 한마리 없이 조용하다..
숙소로 오는 길.. 다리위에서 바라본 벤쿠버는.. 어느 도시에서나 그렇듯.. 불빛만이 보인다.. 도시의 야경은 아름답다는 친구 말에.. 나는.. " 그래도 인위적이잖아.. ".. 아직 난.. 로키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나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