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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8/10/12 |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2. 2008/10/10 | 지란지교를 꿈꾸며
  3. 2008/10/08 | 그림 읽어 주는 여자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독서/습관들이기 | 2008/10/12 12:57
Posted by 안녕

Jos Mauro de Vasconcelos

이제는 아픔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매를 많이 맞아서 생긴 아픔이 아니었다.
병원에서 유리 조각에 찔린 곳을 바늘로 꿰맬 때의 느낌도 아니었다.
아픔이란 가슴 전체가 모두 아린, 그런 것이었다.
아무에게도 비밀을 말하지 못한 채 모든 것을 가슴속에 간직하고 죽어야 하는 그런 것이었다.
팔과 머리의 기운을 앗아 가고, 베개 위에서 고개를 돌리고 싶은 마음조차 사라지게 하는 그런 것이었다.





여섯살 난 어린 꼬마가 슬픔을 얘기하고.. 죽음을 이해하도록 강요되는 현실은.. 그저 "안타깝다" 라는 단어로 일축하기엔 너무나 가슴 저리다..

밍기뉴 앞에서.. 가슴을 열어 젖히며 착한 새 한마리 하늘로 날려 보내던.. 꼬마 제제는.. 그렇게 하늘을 닮은 아이임에 틀림없다..

하늘을 닮은 아이..

내 가슴 속.. 언제나 같은 자리에 있는 그 아이를.. 잊고 있는 건 
오히려 시간이 지나 버린.. 높이가 달라진.. 내 모습이다..
 

지란지교를 꿈꾸며

독서/습관들이기 | 2008/10/10 12:52
Posted by 안녕

유안진,신달자,이향아

언제였었나.... 

하얀 백지 위에 너의 이름을 적어놓고는 그 첫말을 무엇이라고 말해야 할 지 밤 두시 세시까지 편지를 시작하지 못한 그 때가 정말 언제였었나. 나는 피곤하지 않았었다.
잠은 저만치 물러나 나의 정신은 새벽처럼 명료했었지.
너에게 편지를 쓰는 그 시간은 웬일로 시간에 바퀴를 단 듯 굴러가 어느 사이에 밤 두시도 되고 세시도 되곤 하였어.
지금 생각하면 쿡 웃음도 나는 일이지만 나는 그때 진지하였다. 

과연 내가 너에게 해야 할 말이 무엇인지 이성적인 고민도 하였고
하필이면 말이 아닌 글로써 너에게 꼭 주고 싶은 말을 
있는대로 모두 해야 할 것인지도 나는 깊이 생각했었다.
나는 밤마다 편지를 썼었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중학교 단짝 친구들과는 전부 헤어지게 됐다.
길을 가다 팬시점은 절대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늘.. 한 두장의 편지지를 사들고 나오곤 해서..
서랍 속은 색색깔의 종이로 가득했던 그때가 이젠 저만치 먼 기억이다.

친구의 이름을 부르며 시작한 편지 내용은
진정으로 하고 싶은 말은 뒤로 하고
괜한 헤세나 릴케 를 들먹이고..
반도 채 이해하지 못하는 감성으로 소월을 끄적이곤 했었다.

정작..

"친구야.. 보구싶다.." 

이 한마디면 다 채워질 편지였는데 말이다.
가을이었고 나는.. 열일곱이었으니까.. 

바람이 분다. 

전자메일이 있어서 버튼만 누르면 수 초내에 발송이 되버리는 너무나 편리한 시대지만..
하늘이 맑고 바람이 부는 날이면..
빼곡한 글씨로 "편지" 를 써야 할 것만 같다.
분명 말이 아닌 글로써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생각나겠지.. 

너무나 먼.. 기억속 그리움에게..
말로는 차마 꺼낼 수 없는.. 사랑에게..
TAG 유안진

그림 읽어 주는 여자

독서/습관들이기 | 2008/10/08 12:48
Posted by 안녕

    한젬마

    그녀 한젬마는 다소 통속적인 주제로 그림 이야기를 시작한다. 

    "나는 당신의 그림이고 싶다." 

    사랑하는데 너무 사랑하는데 말로 내뱉으면 금새 사라지기라도 할 것처럼 차마 입을 열지 못하는 사랑 이야기를.. 
    조심스레 고르고 고른 그림 한 편으로 대신하여 살며시 내밀고 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라는 말을 대신하는 그림 한 조각과.. 수줍은 웃음..

    이 그림 Gustav Klimt 의 《The Kiss》 를 보았을 때의 느낌이 그랬다. 
    오래전에 읽은 책이라 그림에 대한 설명이 뭐였는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뭐였는지는 사실 상관없겠지.. 그림을 보면 설명이 되니까..

    언제부턴가 마음이 헝클어져 있을 때면 [미술관]에 간다.

    특히나 판화를 좋아해서 동판화 앞에서는 눈이 빠지도록 쳐다보곤 한다.
    많이 속상한 날엔.. 잭슨 폴락의 꼭 페인트를 엎지른 듯한 그림이나.. 샤갈의 비상식적 색채와 구조를 보면 화가 나던 일들이.. 아주 사소한 일처럼 느껴지곤.. 했다.

    마음이 울적할 때는 어린이 미술관도 괜찮다.
    아이들이 그려 놓은 삐뚤삐뚤한 선과.. 전혀 닮지 않은 묘사.. 자연을 표시한 낯선 색감 앞에선 그저.. 웃음만 나니까..

    백마디의 말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그림 한 편과 가슴을 두드리는 설명이 있는 책으로 기억한다. 
    조만간 다시 읽어봐야겠다
TAG 한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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